◎ 이름:이영휴 (ihuecrea@chol.com) ◎ 2003/9/7(일) 17:08 (MSIE6.0,Windows98) 218.147.228.43 1024x768 오랫만에 불러보는 호칭,   이 향지 선생님, '오라고, 가라고, 오며 가며 만나라고 생긴 것이 길 아니냐. 그렇게 생긴 걸 지워지지 않게 오가는 것이 사람 사는 재미며 이유 아니냐. 백두대간 너 또한 그러한 길이며, 더욱 그러하여야 한다는 것을. 내 손과 머리를 빌어 쓰게 하지 않았느냐. 무기를 앞세우고 가자는 것도 아니고, 풍물패를 매다로 시끌벅적 지나가자는 것도 아니다.나 먹을 것 나 입을 것 나 덮을 것 내가 지고, 백두산까지만 걸어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네 길고 우람한 어깨 위에 일개미 한 마리 올려놓듯이 나를 올려 놓아다오. 사람을 넘어 사람에게로 가자는 것도 아니고, 돌과 나무를 만나며 백두산까지만 가자는 것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리거나 어둠이 짙거나 뙤약볕이 따갑거나, 피하지 않고, 건너뛰지 않고, 백두산까지만 가자는 것이다. 백두산과 지리산을 한 줄기로 이으며, 예전처럼 오가며 살아보자는 것이다.' -이향지 시인의 '내가 그렸으나 걸어보지 못한 길이 있으니' 중에서 발췌- 그리고 '땅과 사람'에 대한 진심은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굉장한 설레임이 있는 메세지입니다. 여름 내내 대지를 두들기는 은백색 소나기의 탭 댄스를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걷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은 백두 대간을 향했고, 결국 산은 다시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수년 전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천골에 정박하면서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나, 호기심이 많아서 늘 원시림같은 곳으로 떠날 생각이 머물러 있었지요. 짧은 여행이야 했지만 최근 2년동안은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노부모님이 계셔서 원거리나 장시간 여행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제 갈증은 앙금처럼 고이기 시작하자, 먼 거리도 아니면서 배낭을 등에 지고 걷는 일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던 중에 백두 대간 종주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무모한 일이지만 살면서 무모하지 않은 일로 가슴 설레이는, 살아서 팔딱거리는 기분을 느끼는 일은 있던가, 생각해보면 삶은 늘 소심한 자의 무모한 용기로 깊어지게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선생님, 참으로 오랫만에 불러보는 호칭입니다. 제가 선생님의 홈을 안 것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찾게 된 동기는 백두 대간이며, 그 생각으로 인터넷 자료를 뒤지던 중에 산을 중심으로 한 사이트에서 여러 차례 선생님의 글을 대하게 되더군요. 위의 발췌 글도 그 사이트 중에 하나에서 얻은 것입니다. 결국 홈까지 이끌려 와야 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 주시는 모습도 마음에 닿습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고 나누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우선 지리산부터 시작할 것이고 진부령까지 느리고 더디지만 지속할 생각입니다. 물론 길 위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주 중에 2일이나 3일의 시간을 내어서 1년에 걸쳐서 꾸준히 한다는 것이고 남은 것은 실천이지요. 그렇군요. 곧 중추절입니다. 고운 추석 한가위, 가족들과 친지들 모여서 따뜻한 시간으로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그런 명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길 위에서나 늘 건강하십시요. 20030905, 이영휴 드림 참고로 저는 이름으로 인해 가끔 오인되는, 소박하고 작은 여자입니다. 가끔 문안 드리겠습니다. --------------------------------------------------------------------------------------- 아래는 휴일 선물입니다.     John Lenno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