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타고
어제는 기차타고 쎈디에고에 있는 오션싸이드라는 곳에 갔다왔지요 그야말로 오션싸이드로 오션싸이드로 길게 길게 레일이 놓여있어 기차 옆으로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달렸습니다 대여섯시간 머무르는 동안 날씨가 세번이나 변덕을 부렸습니다 안개쇼를 보여주기도 하고 금방 유리알같은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하며 환영이 대단했습니다 안개 속에 릴을 던지고 고등어를 잡는 낚시꾼들 옆에 서서
안개 속에서 철썩이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바다 위 까페에서 중국식 쎌러드를 8불이나 주고 먹고 터덜터덜 해변가의 동네를 어슬렁거렸지요 그 아름다운 마을은 온통 노인들의 천국이더군요 . 머리가 명주실같은 노인들이 바닷가 벤취에 나와 앉아 책을 읽거나 그저 멍하니 바다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젊은이는 가질 수 없는 뭔가 꽉찬 아니 텅 빈 여유같은 것을 얻을 수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요. 해변을 걷다보니 마치 무덤 속처럼 모래 속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그래, 너희들이 하는 그 사랑이란 것이 바로 무덤이다 구덩이를 깊게도 팠구나 ㅎㅎ' 중얼거리다 보니 내가 너무 니힐리스트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기차도 여전히 한가 합니다. 대부분 그런 모양인지 좌석도 정해주지 않고 아무데나 앉아 가라더군요. 맞은 편 창 쪽의 젊은 이는 테이불위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4시조금 지났을 뿐인데 해가 늬엇거리더니 하늘이 순식간에 숯덩이처럼 이글거립니다 그리고 어두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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