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허경숙 (hks0205@hanmail.net) ◎ 2004/4/14(수) 14:38 (MSIE6.0,Windows98,Win9x4.90) 218.147.251.105 1024x768 화장 하지 않은 얼굴은?      미륵산 3         이 향 지 자운영 꽃이 봉화처럼 봉수골 논배미들을 기어오르던 날 첫 소풍을 갔다 왕고모 따라 다섯 살 때 큰재를 넘었다 야수골 까꾸막에선 여시 나온다 소리 겁먹고 주저앉아 파도처럼 울었다 돌팍길에서 허둥거리던 그 조그만 발 나에겐 첫 등산이었다   산유골에서 학교 다니던 큰오빠에겐 날마다 넘어 다니던 통학로 어둑할 땐 칡범이 흙을 뿌렸다 한다 지금은 캄캄한 새벽에 혼자 올라도 무섭지 않은데 그땐 그렇게 잃을 것이 많았나보다 ****************************************************************************************** 선생님 시어에서는 아무런 치장이 없는(화장기 없는) 순결함이 묻어납니다 잃을 것이 많아 무서운 세상에서 여지껏 꽉 쥐고 있었던 손아귀 펴고 살라고 하십니다 머리속 가장 깊은 곳에서 물고기 잡던 고무신 한짝이 보이고 가슴 한 귀퉁이에선 해골이 발끝에 채이던 산등성이가 다가옵니다 저는 논배미도 잘 모르고 칡범은 아예 모릅니다 그런데 염치 없게도 선생님이 손질해 놓으신 동산에서만 살고 싶어집니다 넉넉하게 웃으시는 모습속에 목소리도 귀에 걸어 들어옵니다 그저 좋아서 선생님이 좋아서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합니다. 얼뜨기 허경숙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