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좋은 지적에 감사(..덧붙임)
이진희 선생님
어서오십시오.
저의 홈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내용은
저 자신도 신문을 보고서야 '아차!' 했던 부분입니다.
그 부분은 제가 찬찬히 글로 풀어 쓰면서 추고했던 내용이 아니라
두서없이 주고받은 이야기 중에서 건져 올려진 것이었습니다.
그 정황과
표현의 불충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윤극영 예술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어린이와 함께하는
동요 동시에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시’를 새롭게 밀어 올리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이 그 많은 시를 써두고 발표하지 않았던 것도
‘어린이’곁에서 어린이와 함께하고자했던 뜨거움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이렇게 뜨거운 옹호자가 계시니 목 메이게 기쁘고 감사합니다.
윤극영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윤극영의 동시 동요 사랑에는 감사를 드리지만,
그분의 시 또한 졸작이 아니라 수작들이 다수 있습니다.
윤극영은 동시와 동요로 다 말하지 못한 것을 시로 썼던 것입니다.
동요와 동시는 젊을 때 많이 썼고,
시는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뒤에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분의 시를 읽으면 동시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그분의 동시와 시는 꽃과 뿌리, 표층과 심층에 비유될 만큼 서로 다른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가 가장 곱고 향기로울 때는 꽃이 피어있을 때지만,
나무가 때맞춰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튼튼한 뿌리가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윤극영의 예술, 그 드러난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는 심층을 헤아려 접근해보라는 말씀이었지,
제가 시인이어서, 시아버지를 더욱 드높이고 싶어서 취한 제스츄어는 절대 아닙니다.
윤극영 전집은 그분이 일생을 걸었던 예술세계 전부를 보여드리고
보존해두기 위한 것에 첫번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전집에는 그분이 썼던 모든 장르의 글이 다 수록 되어 있습니다.
동시 동요는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아는 터이지만, 시는 생경해 하실 분이 많을터이므로
이해를 돕기 위해 드린 말씀이니 더 이상 확대해석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동시를 낮추어 본다거나 시를 높인다거나 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지요.
제가 요즘 너무 과로하여 아까 드린 대답이 불충분하였기에, 몇 말씀덧붙였습니다.
이곳은 항상 열려있으니 무슨 일 있으면 또 들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이진희(jhee-82@hanmail.net) :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를 읽고.. ┼
│ 이향지 시인님,
│ 저는 오늘 날짜 중앙일보에 실린 이향지 시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이곳을 찾아온 사람입니다.
│ 그렇게 방대한 원고를 정리하시고 책으로 엮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런데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 "앞으로 연구자들이 윤극영에 접근하려면 동요가 아닌 시를 봐야 할 것" 이라고요.
│ 전, 이 시인님의 그 말씀에 깊은 실망감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 이 시인님이 시를 쓰셔서 그랬을까요, 아님 동요나 동시의 예술성을 하찮게 생각하셔서 그랬을까요.
│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맞는 것이었을 겁니다.
│ "앞으로 연구자들이 윤극영의 동요와 동시를 제대로 연구하고 이해하려면 그 분이 남기신 시도 마땅히 연구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면요.
│ 또는 "윤극영의 동요와 동시의 뿌리는 그 분의 깊고 아름다운 <시심>이었을 것" 이라고 했다면요.
│ 윤극영 선생님의 노래가
│ 어렸던 우리, 그리고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깨끗하게 씻어주고 영혼의 고향같은 곳일 것 같은 어떤 그곳으로 이끄는 그 힘을
│ 그 어느 <시>가 능가하겠는지요.
│ 진정으로 좋은 동요와 동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똑같은 감동을 주지요.
│ 그래서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감동시키는 훌륭한 동요와 동시, 그 시인은
│ 어른만을 대상으로 하여 감동을 주는 훌륭한 <시>와 그 시인보다 훨씬 위대한 것입니다.
│ 그래서 어린이도 알아들으면서 어른들도 감동을 하는 시는 아무 시인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지요.
│ 그리고 그 쯤되면 굳이 '시' 앞에 '동'이라는 글자를 앞세울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 어린이들도 대상이다보니 그저 편의상 그렇게 이름 붙였을 뿐이었을 테지요.
│
│ 이 시인님,
│ 인터뷰에서 하신 그 말씀의 내용이
│ 존경하는 시아버님을 한차원 높이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혹시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 윤극영 선생님의 동요나 동시를 제대로 이해하셨다면, 그런 생각은 하실 리가 없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 혹 제가 오해가 있었다면 이해해 주십시오.
│ 그럼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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