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섬집아이 (sumzipai@yahoo.co.kr) ◎ 2001/6/7(목) 19:29 (MSIE5.0,Windows98) 210.113.20.90 1024x768 이향지 선배님께   메일 올리고 난 뒤 주소 들고 찾아왔습니다. 선배님 댁에 들리니 방바닥에 펴 놓은 이불 속으로 두 다리 쭉 뻗고 앉는 고향집에 온 것같습니다. 부탁하신 변변찮은 글 이곳에 부려 놓습니다. *** 봄 멸치 할머니, 아아레* 토영* 장날 서호시장 중앙시장 고샅*을 돌아가며 사시아미* 배 잡아온 멸치 났던가요 남쪽 땅 그늘진 어느 곳이라도 겨우내 용케 죽지 않고 살아온 할머니의 어머니 그 모진 목숨 같은 자줏빛 붉은 조선 상춧잎 소리나게 분질러* 뽁작한* 찌개 오가리* 속 도르르 말리는 멸치 살점 얹어서 오늘은 볼이 터져라 상추쌈이 먹고 싶어요 한 여름내 낙타 겨울 오바 줄창지게 입고 다니던 새터* 계백이* 해방다리* 거리 어디메쯤 살아 있다면 할머니, 오래 앓아온 해소기침 위하여 쌈지 속 깊이 간직한 큰 은전 한 개라도 이 손주 대신 주머니에 넣어 주고 오세요 똑딱배 징 소리 나고 갯문* 밖 동충* 어판장 바다 속 희뜻 버뜻 봄 멸치떼 보이거든 할머니, 오늘밤은 지붕 위에 던져 올린 하얀 속적삼으로 기별하여 주세요. <노트> *아아레: 몇 일전 *토영: 옛사람들이 '통영'을 일컫는 말 *고샅: '골목'의 통영 방언 *사시아미: 그물을 쳐놓아 지나가는 멸치 떼가 걸리게 하여 잡는 방법의 어망 *분질러: 부러뜨려, 꺾어         *뽁작한: 국물이 많지 않은 *오가리: 음식물을 끓이는 질그릇 *새터: 지명, 통영시 서호동에 위치, 시장 입구에 '해방다리'가 있음. *계백이: 통영의 유명했던 부랑인 *갯문: 지명, 옛날 연안부두가 있던 자리 *동충: 통영시 항남동 해안 가 주변으로 어판장이 있었음. ******* 안나푸르나에 안기다 -지현옥 여성산악인을 추모하여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 더 높은 산 더 큰 산 더 험한 산 더 오르기 힘든 산 사람 발자국 없을수록 더 좋은 산 그런 산을 오르는 것은 경쟁이 아니다 자랑이 아니다 정상 해발고도를 잠시 일 미터 육십쯤 높이는 것의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산을 정복한다 말하지만 산은 한번도 사람에게 정복당한 적이 없었다 산사람 정성 돌아보아 잠시 옷섶 열어 가슴에 품어준 것뿐 내 누이는 오랜 산행 통하여 수도자처럼 그 모든 진리를 깨닫고 언젠가는 자신이 옷고름 여민 산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음까지 안다하더니 세계의 지붕 한켠에 네 젊음을 위탁하였구나 무수한 페이지로 기록되어질 네 산행의 푸른 일기장을 눈 속에 묻었구나 안나푸르나 만년설에 네 꿈을 묻었구나. (1999. 5. 4. 중앙일보 신문기사를 보고) ******* 최근에 들린 '빈터'에 고향 관한 글 외 몇 편 더 올리려고 합니다. 선배님 홈페이지를 북마크해 두었습니다. 나중에 찾아 뵙겠습니다. 강건하시고 평안하소서. -섬집후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