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버마^^
쇠고기 한근에 600원하던 때가 있었지
50원어치만 주세요해도 뚝 잘라주던 푸줏간도 있었고
그 무렵 나는 빽빽 우는 아이를 업고
콩나물 10원 쇠고기 50원
사들고 와서 연탄불에 끓였지
그때 그 콩나물국은 참으로 꿀맛이었네
서울 변두리가 만주 벌판처럼 넓고 춥덥 때였으니까
8만원짜리 전셋방 하나도 따끈따끈 끓이지 못하던 때였으니까
그래도 그때는 내 손으로 아이 옷이며 모자며 양말까지 떠서 입혔는데
이젠 참 게을러져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엔 동네 상가 반찬 가게에서 사온 국을 먹었네
그 찝찌름한 국을 먹으며 나도 이제 오갈데없는 타락천사야
반성도하지만, 난 곧 그 반성의 반대쪽으로 타협하고말거야
버마
내 살아온 길 중 시인의 길이 그래도 제일 괜 찮은 것 같다
쓰잘데없는 욕망만 없으면 아주 괜찮은 길이야
오래오래 같이 걷다보면 어느새 내가 투명해보이는 순간이 오니까
그때까지 가봐
그때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거야
찾아와줘서 반가웠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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