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향지 선생님,
선생님, 잘 지내시는지요…
오늘 대전에는 비가 조금 왔습니다.
젖은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저녁에는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지난 여름에 선생님 뵈옵고 못 뵈었으니
두 계절을 그냥 지나치게 되네요.
대전 집에 내려와서는 대부분의 날들을 침묵에 기대어 삽니다.
보내주신 시집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
시 한편 한편의 무게감은 제게 큰 가르침입니다.
아껴서 읽고 있습니다.
잡지 지면에서 보는 것과 한 권의 시집으로 보는 것은
많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평소에 제게 해주셨던 말씀들, 꼼꼼하게 새겨가면서
소중하게 읽고 있습니다.
시는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제 자신을 부끄럽게 합니다.
성급하게 覺에 기대려던 게으름을 추스려야겠습니다.
言이 복숭아씨 살구씨처럼 미쳐서 날뛰는 날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선생님 찾아뵙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박진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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