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휴 (ihuecrea@chol.com) ◎ 2003/10/5(일) 12:22 (MSIE6.0,Windows98) 218.147.118.16 1024x768 두 번째 휴나무 일기...   호흡도 잊고 산철쭉 오솔길이든 잡목이나 잡초나 억새풀의 저항까지 나는 그 터널로 무적무적 걸어 갈 뿐이다. 고요하고 고요한 산마루 홀로 대간 오솔길에 매료되어 스틱 하나로 발 디딜 틈을 만들며 억새풀의 저항조차 부드러운 애무로 느껴지는 것이다. 봉화산으로 오르는 길은 시시 때때로 변하는 섹쉬한 모습을 보여주어 지루하지 않았다. 이제 산 길로 들었으니 해가 질 때까지 홀로 걷는 자유를 누리는 휴나무가 되면 그 뿐이다.  13시 다리재 쯤에서 중간식을 하고 봉화산 정상까지 그런 매력적엔 저항을 누리면서 오른다. 봉화산에 오르기까지 1시간은 거의 억새풀 세상이었다. 물론 철쭉 길과는 다르게 눈으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억새풀은 모두 내 키를 넘었고, 산 등성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드센 손끝으로 내 목과 얼굴을 베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피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쉼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그들의 애무를 몸으로 받아 들였다. 결국 억새풀들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므로 나는 봉화산 정상(919.8)에서 억새풀의 애무에 보답했다. 나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하나로 서 있었다. -짧은 휴식 중에 메모한 것은 여기서 끝났다. 나는 이 후로 소위 길을 잃고 헤맸다는 '알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파른 하산 길을 1시간 정도 내려오니 솔향이 그윽한 오솔길을 지나 리본 표지판이 휘날리는 갈림 길에 이르렀다. 시간은 16시였고, 나는 들머리나 날머리에 있던 많은 리본을 보고 중재로 이어지는 하산 길에 다다랐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론 안내판은 없었다. 리본의 방향으로 결정할 때다. 리본은 사방으로 걸려 있었다. 오름길과 내림 길 두 곳 모두 리본이 달려 있어서 결정을 어렵게 했다. 일단 오름길을 보니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마지막 695봉을 넘어 중재로 하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이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막상 오름길을 택해 20분쯤 진행하다 보니 문득 현재의 위치가 중재로 하산하는 길목이며 오름 길이 백운산 고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생겼다. 백운산을 넘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안되기 때문이라 일단 어디든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한 가지 사전 지식에 의하면 마루금을 따라 걷다 보면 들머리 날머리를 잘 결정해야 하며, 그 외에는 정상적인 하산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산 자락에 황금 들판을 보았으며, 어느 산자락으로 내려가도 작은 마을과 만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 리본 표식이 확실한 우측 억새 풀숲을 택했다. 그러나 몇 발자욱을 떼기도 전에 그 곳은 발길이전혀 느껴지지 았았고, 리본표시도 곧 사라졌다. 다시 좌측 내림 길의 노란 리본과 오솔 길이 보이는 곳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리본은 50m 거리를 두고 4번쯤 더 높은 나무 가지에 달려 있었으며, 오솔길도 끝났다. 살펴 보니 그 곳은 물이 흐르던 계곡이라 나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일반 적인 산행에서 게곡을 따르면 인가이며, 지도상에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마을이 있었고 이미 많이 내려온 상태였다. 해가 지기 전에는 어느 곳이든 하산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홀로 대간, 2차 출정을 무사히 마친 기록 중에서) 지난 주에는 3박 3일동안 성삼재에서 중재에 이르는 산행 도상 거리 48km를 혼자 걸었습니다. 소위 길을 잃고 헤맸다는 '알바'를 두 번 경험하면서 잠자던 투지가 되살아나서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긴 여행중에 또 포켓 여행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 바람이 전하는 기운이 기대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휴, 다녀가며... Daydream - Stepping on the rainy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