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목성원 (sungwoncool@hanmail.net) ◎ 2001/6/16(토) 01:47 (MSIE5.0,Windows98) 211.54.54.135 1024x768 하늘색 꿈.   복수를 꿈 꾸던 어느 한 때 나는 문득 날아간다. 기억을 타고 날아간다. 이유는 묻지 말라. 그런 건 없다. 그저 땅이 싫은 게지. 혹은 걷기가... 나는 10초 안에 한 지점에 다다른다. 그리고 1분쯤 망설인다. 이게 나의 첫 기억인가? 그러니까 찾아갈 수 있는 최초의 기억?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바로 여기다. 어둡다. 정확한 시각은 알 수 없다. 어쨌건 밤이다. 주위엔 가로등도 보이질 않는다. 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다. 낮은 지붕들이 이어져있다. 어디선가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거기에 씨근씨근 숨소리가 묻어온다. 장독대다! 장독대 위에 누군가가 서 있다. 아니, 숨어있다. 레이저 처럼 쏘아진 그의 안광이 그 집의 현관문에 닿아 있다. 유식한 말로 안광이 문배를 철할 듯하다. 그는 어쩐지 낯이 익다. 누굴까? 작다, 아주 작다. 아, 그는 나다. 25 여 년 전의 바로 나다. 근데 그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있어 저토록 무서운 얼굴로 씨근대고 있는 걸까? 나는 다시 기억에 날개를 단다. 그리고 시간을 거스른다. 왔다. 이제야말로 최초의 기억이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전의 일이다. 그(25년 전의 작은 나)와 옆집 아이(장독대집 아들) 사이에 다툼이 생긴다. 티격태격하다가 그는 옆집 아이에게 맞는다. 당연하게도 그는 옆집 아이를 때리려 덤빈다. 그러나 옆집 아이는 혀를 내밀고는 달아난다. 빠르다. 아이는 제 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복수심에 불탄다. 전존재를 걸고 다짐한다. 꼭 한 대 때리고야 말겠다고. 다시 정정한다. 두 대는 때려야 성이 풀리겠다고. 그는 장독대에 오른다. 그리고 커다란 장독 뒤에 숨는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흐른다. 졸음이 쏟아진다. 하지만 참는다. 복수다! 복수다! 복수다! 밤이 깊어간다. 다리가 툭 꺾인다. 이럴 수는 없다. 복수다! 복수다! 복수다! 그는 장독에 팔을 두른다. 차가운 감촉에 소름이 돋는다. 조금 더 다가가 끌어안는다. 그러느라 장독을 괴어 놓은 돌멩이 위에 올라선다. 잠이 확 달아난다. 멀리서 누군가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다! 성원아- 성원아- 그는 몸을 더 작게 만든다. 복수를 예서 말 수는 없다. 미룰 수도 없다. 엄마의 목소리가 멀리로 스러질 무렵, 현관문에서 달가닥 소리가 들린다. 나왔다! 그는 주먹을 그러쥔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는 놀랄만큼 빠른 놀림으로 고개를 치켜든다. 둘러본다. 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없다. 쥐새끼였나 ...? 환청...? 맥이 풀린다. 아주 잠시 후, 그의 눈은 반쯤 잠긴다. 그는 꿈을 꾼다. 옆집 아이라도 만난 듯, 주먹을 불끈 쥔다.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그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몹시 불행한 일이다. 장독을 괴어놓은 돌이 그의 무게를 못이겨 장독 밑에서 빠지며, 그의 몸을 뒤로 눕힌다. 보다 불행한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 그가 끌어안고 있던 집채만한 장독이 그와 함께, 그의 위로 넘어진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울음 소리와 함께 골목에 내려앉았던 정적은 저만치 사라진다. 사람들이 쏟아져나온다. 어디서 몰려왔는지 많기도 많다. 엄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들에 둘러싸여 그는 운다. 남의 집 1년 치 간장을 뒤집어 쓰고 그는 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그의 엄마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간장을 퍼준다. 아주머니가 가고나자 엄마의 눈길에 얼음이 배긴다. 저만치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는 홀로 떨어져 오도마니 앉아있다. 그는 생각한다. 복수... 복수... 복수... 그딴 건 없다. 씨- 그딴 건 없다. 그의 작은 볼을 타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 기억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대책없는건 마찬가지군요.... ^^    요즘은 괜히 어렸을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쿠~ 이러다 향지선생님께 혼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