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존기
저녁 9시가 넘으면 집 안의 창문을 모두 닫습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열어두었을 문 틈새를 비집고 쓰르라미가 제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요즈음은 공존기입니다. 낮에는 여름벌레가 밤에는 가을벌레가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밤에는 찬 바람이... 모든 것들이 밤과 낮을 서로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제 마음도 그렇네요. 뜨거운 볕 아래에서는 권태롭다가 밤이 되면 그래도 희망 같은 것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개학을 해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정겹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느껴져 때로는 곤혹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공존하는걸요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없어지기도 하고 저녁에 없다가 아침에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니 없다고 슬퍼할 일도 있다가 기뻐할 일도 없겠지요 그렇겠지요? 이사를 하실꺼라고 들었습니다. 그곳이 선생님 마음에 꼭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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