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김인자. (kim8646@netian.com) ◎ 2001/12/31(월) 11:19 (MSIE5.0,Windows98) 211.195.69.96 1024x768 김인자가 드리는 송구영신입니다.   송구영신! 送舊迎神! 어린 시절 연말이 되면 나의 부친 父親은 입춘대길立春大吉 이 전에 꼭 한 번 치루는 행사가 있 었습니다. 막내인 제게 무릎 꿇어 먹을 갈게 하시고 적당한 크기로 한지韓紙를 잘라 송구영 신送舊迎神을 크게 써 문안에 붙이는 일이셨지요. 마을 사람들은 물론 집을 드나드는 이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모두에게 새 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필체 좋으신 아버지께서 제게 종이를 누르게 하신 다음 바닥에 엎드려 조용히 손을 움직이 실 때 숨막혀 오던 그때의 기분을 어렴풋하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 이 아버지 앞에서 무릎꿇고 침묵으로 기다려야하는 순간임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그때, 내 아버지, 목청 한 번 높이지 않으시고 말 한 마디 없이 내게 가르쳐 주신 것은 침묵 하며 기다리는 일과 세상 앞에서 무릎꿇는 일이었습니다. 제 곁에 그때의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송구영신送舊迎神이라는 단어가 가 슴에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못 다 이루신 일들은 살아있으므로 겪을 수 있었던 아름다움이라 위로하시고 새 해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과 더불어 모두가 새로움으로 가슴 벅차고 눈부시기를 진심으 로 바랍니다. 선생님! 너무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히말라랴 안나푸르나 올 트레킹을 마치고 얼마 전에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여신女神, 안나의 안부를 전합니다. 2001.12.31. 아침. 김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