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반갑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랜 산친구께서 문득 찾아오시니 옛날 생각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상원산 옥갑산 옥갑사 얘기는 정말 실감납니다. 제가 혼자 옥갑사에 남겠다니까, 스님한 번 쳐다보고 저 한번 쳐다보고 씨익 웃던 분 아닙니까? 그날 생각을 하면 언제나 웃음이 난답니다. 나는 거기서 사흘을 묵고, 우리가 내려오던 길로 한참 올라가서 나무 한 짐 해주고 내려왔지요. 거기 노보살이 어찌나 군불을 많이 지폈는지 데어죽을뻔 했거든요. 제 산행에세이를 사보신 모양이군요. 이렇게 숨어있는 독자들 덕분에 제가 안굶고 삽니다. ㅎㅎㅎ... 써야할 글들과 잡다한 일상사들이 함께 밀려있어서 한창 권태롭던 때, 찾아오셔서 옛날 얘기 들려주시니 새로운 기운이 나는군요.
요즘도 산에 많이 다니십니까?
저는 날쌘 제비들을 따라다니기가 버거워서, 제비들이 나뭇그늘에서 기다리며 망구정구 지저귀는 소리 송구스러워서 싫어서 독립했지요. 한 2년 그마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산에서 삼천리골로 내려가다가 나무뿌리에 등산화가 콱끼어서 발목뼈가 부러졌거든요. 내리막 길에서 한 발이 먼저 나가 낭떠러지를 딛었거든요. 그날 사람이 좀 많아서 피한다는 것이... 그래서 119구조대 신셀 톡톡히 졌어요. 에구 부끄러버....^^ 들것에 꽁꽁 묶여서 헬리콥터에 실렸는데, 생각해보니 주머니엔 2만원밖에 없죠. 이크 큰일 났군. 구조대 양반에게 "이 헬리콥터 얼마얘요?" 물었답니다. 발목뼈는 부러져도 정신은 말짱해서 ㅎㅎㅎ....그랬더니 공짭니다 돈 안받아요 그랍디다. 그래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맞장구를 쳤지요. 고맙고 챙피해서 쩔쩔매면서....
수술은 잘되었고, 일년후엔 걸어두었던 나사들도 제거했고, 요즘은 102미터짜리 영장산 능선을 파워워킹으로 주파중입니다. 축축쳐지는 것들을 달랑 매달아올리고 다시 산으로 가야지요.
또 언제 문득 만나십시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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