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박현수 ◎ 2001/5/19(토) 00:08 (MSIE5.01) 211.201.11.199 1024x768 천마산 아래         초대 조용한 곳에 들어와 앉았습니다. 녹음의 햇살이 몰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저 혼저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도시생활에 가끔 신물이 나시면 언제든 들리러 오셔요 오이를 썰어 넣은 맑은 냉국에 얼음 동동 띄워 대접해 드리지요 차가운 마루 바닥에 맨 발로 앉아 오도독 산 풍경 하나 깨물면 깜짝 놀란 산 새 한 마리 당신의 품 안으로 파고들겠지요 천마산 하늘 아래로 옮겨왔습니다. 이사하기 전에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가 창밖으로 청계산 능선만 바라보고 왔습니다. 많이 놀라시고 고생하셨지요 그날 제가 산에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위로하며 매봉 터널을 건너왔습니다. 날이 더워질텐데 조금은 걱정입니다. 오늘은 마을을 가로질러 천마산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산길을 거닐었는데요 조금씩 흩뿌리는 비조차 감미로웠습니다. 나무의 이름을 묻는 아이에게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이제는 나무의 이름, 풀 이름, 꽃 이름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사람에게만 기대고, 사람만 사랑하고, 사람들만 생각하며 살았다고 여기 조용한 곳에 와서야 깨닫습니다. 마석으로 오는 기차여행도 할만하구요(매일이라면 너무 피곤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즐겁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저 싱싱한 나무의 냄새를 늘 맡으며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언제 이곳으로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선생님의 다리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깊은 밤 편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