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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휴나무 (ihuecrea@chol.com)
◎ 2003/10/23(목) 01:15 (MSIE6.0,Windows98) 218.147.228.142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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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을 위한 작은 이야기
휴식을 위한 작은 이야기
제가 사는 이천골은 나무 나라입니다. 저는 그 안에 깃든 휴나무 한 그루지요. ^^* 아래 그림이 주는 느낌보다는 작은 나무 나라이며 아주 소박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 낡아서 정든 것들과 살고 있습니다.
오늘 나무 나라에서는 지난 토요일에 가족들이 모여 털었던 은행 나무들의 은총인 열매를 성스럽게 거두었습니다.
(은행을 털며 나무에게 배운다 맑은 산소를 주고 시원한 그늘을 주고 때로는 찡그린 마음도 말없이 어루만지고 햇살 눈부신 것을 몸으로 가르치더니 때가 이르러 가진 것 모두 내 놓는구나 한 것이 없는 우리에겐 넘치는 은총이다 몸에서 나온 똥구린내조차 시달기만 하다 뽀얀 알들의 경전에 코를 박으며 스스로 샛노랗게 물들이는 저 잎새들 몸에서 떼어내는 인내를 생각한다 헐벗은 자유의 몸으로 말은 없어도 자연이 주는 은행 나무 경전을 읽는 오늘을 경건하게 거두련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무들은 환절기 몸으로 자연의 경전을 읽고 저는 그들의 독경 소리를 바람결에 듣습니다.
(우리가 나무를 위해 한 것이 있던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 주고 곱디 곱게 물드는 환절기 몸으로 뭉클한 길을 만들고 서 있는 나무들, 나도 바람 부는 언덕에 물구나무서서 몸에 돋은 삶의 소름을 털어내련다.)
은행 나무 단풍 고운 길을 들어 서면 호흡이 잦아드는 이천골의 가을은 깊어갑니다. 휴나무가 사는 집은 이 길로 들어옵니다.
단풍 고운 길 지나 일곱 살 이팝 나무들은 벌써 헐벗고 서로의 몸을 의지하며 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붑니다. 나뒹구는 낙엽들이 코 끝에, 발 끝에 사락거리는 느티나무 숲에서...
Wrong Rainbow / Peter Ya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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