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보냈습니다
그냥 보냈습니다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뒤에서 쿵하고 박더군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제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조금 있으니 정신이 들더군요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여자는 당황해하면서 미안하다고 옆에 보느라고 못봤다고 미안하다고, 그 순간 아내 생각이 난 겁니다 아내도 초보거든요 그래서 그냥 보냈습니다 범퍼도 깨지고 지금 내 목도 점점 뻐근해져오는 걸 보니 내일 아침엔 제법 무리가 올 것 같은데 그냥 보냈습니다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아내 생각하면 잘 한 것도 같고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아참, 이 글을 읽더니 아내왈, 뭐야 내가 운전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잖아요, 그러더군요 그것 참, 그러고보면 아내와 내 사이엔 틈이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 사이의, 일생과 일생 사이의, 남자와 여자 사이의, 뭐 그런 틈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틈이야 말로 그와 내가 비로소 만나는, 관계맺는, 소통이 시작되는 그런 자리일지도 모르지요
* * * * *
어제 아침의 일이었습니다.
정말로 그래서 그냥 보냈습니다.
잘했죠?^^
아내들 운전은 왜 아직도 서툴지요?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차 조심하세요.^^
실없이 소통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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