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10(화) 21:52 (MSIE5.0,Windows98) 211.55.55.179 1024x768 [김정란], 李箱 시 다시 읽기(1)       몽환적 실존 - 李箱 시 다시 읽기                                                               김 정 란 1. 거울에 지각한 나 李箱의 작품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한국 당대의 문화적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본질적인 질문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李箱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3공화국의 개발 이데올로기가 주장한 <한국적 근대화>가 파산에 이른 지금, 과연 한국 사회 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근대성 구현이 가능한가를 질문하는 일과 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역사적 맥락에 대한 아무런 고뇌도 없이 이루어졌던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은, 마치 한국 사회가 이제 더이상 근대성에 대해 아무런 빚도 지고 있지 않은 것같은 환상을 제공하면서 무수한 문화적 거품을 생산해 냈다. 거품이 걷히면서 한국사회는 비참하게도 자신의 천박성 앞에 마주서 있다. 그나마 징후라도 드러났으니 병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고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한국 사회가 천박성을 뛰어넘는 방법은 근대성에 관한 치밀한 논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 논의는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남의 나라에서 생산된 담론들을 들여다가 프로테쿠르스의 침대에 밀어넣고 잡아늘리거나 잘라버려선 안된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자생적 담론 생산으로 이어져야 할 이 논의는 아주 오랜 기간의 섬세하고 다각적인 검토를 필요로 한다. 문학 역시 마찬가지 소명 앞에 마주서 있다. 그런 의미에서 李箱의 작품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90년대에 생산된 포스트모더니즘의 거품을 걷어내고 근대성의 근원을 다시 살펴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근대성을 이제 한반도라는 닫힌 공간에서 <한국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 맥락에서 다시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이 주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한 권 논문 분량의 글을 요구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李箱의 시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적 근대성이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자아> 구성의 과정을 거칠게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근대적 자아는 자아에 대한 인식으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유명한 언명은 종교적인 언명이기에 앞서 인식론적 언명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자아>라는 존재를 무지의 감옥으로부터, 신이라는 미지의 유령이 행사하는 공포로부터 탈출시켰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 인간은 인간 자신에 의하여 인간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현대 심리학은 인간이 인간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속속 밝혀보였다. 이제 인간의 자리에 있는 것은 <그것>이다. <그것>의 등뒤에서 미지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다. <신의 설욕>? 아니, 오히려 <신들의 설욕>? 에일리언들이 떼거리로 밀어닥치고 있다. 사유하는 자아와 존재하는 자아를 분리시켜 놓고, 철학자들과 정치가들이 <있는> 세계를 지배하는 동일자의 승리를 구가하는 동안, 시인들은 고독하게 존재의 질척거리는 뒷골목으로 내려갔다. 더러운, 타자들의, 음습한 폐허. <없는> 세계. 또는 근대가 <없다>고 가르쳐 온 세계. 영혼과 귀신들의 땅. 나날이썩으면서가르키는指向으로奇蹟히골목이뚫렸다. 썩는것들이落差나며골목으로몰린다.(1) 골목안에는侈奢(2)스러워보이는門이있다. 門안에는金니가있다. 金니안에는추잡한혀가달린肺患(3)이있다. -[街外街傳(부분)] 그곳에서 그들은 반근대적인 근대성의 퀴퀴한 세균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이 생산해 낸 담론의 표면은 분명히 근대적 자아에 의해 점령당해 있다. 글쓰는 자는 이미 어머니-자연으로부터 離乳를 끝낸, 신이 베풀어주던 無知의 은총을 상실한 명민한 근대적 자아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담론의 이면에는 전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고대적 타자, 세계가 인지하기를 거부한 노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오-. 들어가면나오지못하는타입깊이가臟腑(4)를닮는다. 그위로짝바뀐구두(5)가비철거린다. 어느菌이어느아랫배를앓게하는것이다. 질다. 반추한다. 老婆니까. 맞은편平滑한유리위에解消된政體(6)를塗布한졸음오는혜택이뜬다. 꿈-꿈- -같은 시(부분) ----------------------------------------------------------- (1) 이하 고딕체 : 필자가 필요에 의하여 강조한 부분. (2) 이 한자 표기에 유의할 것. 이 <치사>는 <사치>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李箱은 이 표기법을 여러 군데에서 사용한다. 이 <기호적 반란>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李箱은 세계가 억눌러놓은 영적 내면이 실은 보물창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3) 문 안에 <금니>가 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추잡한 혀가 달린 肺患>은 모두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외적 상관물이다. 실제로 李箱은 여러 군데에서 <금니> 이야기를 한다.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서 <금니>는 틀림없이 어떤 신분적 기호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李箱의 작품은, 외적 상관물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시니피앙 놀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외적 상관물에서 출발한 그의 문학 행위는 기호 조작의 차원을 성큼 건너뛰어 내적.영적 현실을 향해 아주 빠르게 미끄러져 들어간다(李箱 자신이 그것을 원했던 그렇지 않았던 상관없이). 李箱이 문을 연 모더니즘의 진정한 정신은 한국의 물질적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억압을 겪으면서 물밑으로 퇴각했다가, 한국인들이 근대적 자의식 연습을 상당히 끝낸 것처럼 보이는 90년대에 이르러 서서히, 그러나 확실한 모습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더니즘의 귀환은 소설, 시 양대 장르에서 모두 발견되는데, 李箱이 시와 소설을 모두 썼던, 그리고 두 장르에서 모두 뛰어난 성취를 이루어내었다는 점은 특기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추잡한혀가달린폐환>이라는 표현은 폐결핵을 앓고 있었던 시인의 외적 정황만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추잡한혀>는 아버지의 상징질서가 타자로 만들어버린 내적 존재의 언어, 병들어 있는 <가슴의 언어>, 또는 李箱 자신의 표현을 빌면, <배(腹)의 언어>를 나타낸다. 李箱은 언어에 대한 깊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들어서야 증명되기 시작한 무의식-언어의 명제를 실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계에 의하여 <추잡하다>고 여겨지는 이 언어에게 <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 <누렁 개>의 선택은 아프고 명민하다. 시골길을 어슬렁거리는 우리의 순한 <누렁이>는 식민지의 상징이다. 억압된 동양. 그 누렁이의 병든 언어는 의식의 이름으로 발언되지 못하고, 무의식 깊은 곳으로 숨어버려 <腹話術>이 되어 버린다. "腹話術이란 결국 言語의 貯藏倉庫의 經營일 것이다./ 한 마리의 畜生은 人間 이외의 모든 腦髓일 것이다.(...) 나의 배의 發言은 마침내 三角形의 어느 頂点을 정직하게 출발하였다."(황의 記 作品 第二番) 李箱은 이 동물적 존재에 대해 말할 때 거의 반드시 "아안다"라고 말하는데(그리고 흔히 방점이 찍혀있다), 이 어색한 長音 표기는 기호적 연장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아버지의 상징계적 <알기>를 <아알기>로 잡아늘리는 용의주도한 기호적 연장. 그것이 母音의 연장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만하다. (4) 내면으로의 길은 <외길>이다. 일단 들어가면, 그 안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李箱은 이 길을 거의 언제나 <내장>과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일단은, 그것이 외적 퍼소나의 규정성을 부정하는 흔들리는 비규정성을 지칭하는 기호라는 것을 말해 둘 필요가 있다. 내면의 질척거림. 자아추구의 길에 접어든 자는, 제일 처음 자아의 水性的 양상을 만나는 것이다. 李箱에게서 이 <內臟的 내면>은 獸性의 주제와 맞물려 있다. 그가 내적 세계를 <牧場>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목장 주인은 註(3)에서 말한 바와 같이 누렁이 <황>이다. (5) <구두>는 흔히 자아정체성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짝바뀐구두>는 시인이 자아정체성 변환의 소명을 인지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바와 같이 그 소명을 순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천사의 도래 앞에서 <예>라고 대답했던 마리아가 아니라, 신의 부름에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저항했던 요나처럼 행동한다. 곁눈질하면서 뒷걸음질치는 요나. 이 특징은 한국의 남성 작가들에게서 대단히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것은 한국사회 특유의 강화된 가부장적 유교 이데올로의 극심한 억압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의 억압이 상대적으로 사라진 현대에서마저도 남성 작가들은 <영적 탐색>이라는 주제에 대해 극심한 검열을 감행한다. 李箱 역시 이 억압으로부터 죽을 때까지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짝 바뀐 구두가 <비철거린다>는 표현은 의식의 검열을 암시하고 있다. (6) 자아정체성 추구의 도구로 사용되는 <거울>의 구성. 투명하고(외적 규정성) 납작한(평활한 : 신비의 부재) 유리에 입혀지는 水銀, 밤의 원소, 꿈(졸음), 비규정성. 연금술사들이 <사슴>으로 표현하던 수은 자체가 비규정적 원소인 것을 염두에 둘 것. 그 앞에서 자아의 <正體>는 <解消>된다. -------------------------------------------------------------------------- 또는 짐승의 이름이. 가엾은 개는 저 미웁기 짝없는 문패 裏面밖에 보지 못한다. 개는 언제나 그 문패 이면만을 바라보고는 憤만과 厭世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괴로와하는 모양이다. -[황3](부분) 문패 裏面. 즉 세계 안에서 인준받은 <나>의 외적 이름, 퍼소나의 뒷모습. 李箱은 그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미워했다>. 그 존재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발견의 기쁨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빨리 발견의 두려움으로 하여 슬픔으로 바뀌었는가에 대하여 숙고하기 위하여(황1)"). 두려움 때문에 그 존재를 받아들여 다른 나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석심리학의 용어를 빌어 말하면, 개체화(individuation)를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근대성 기획은 서구인들에 의해 수립되었고, 그리고 점차로 세계 전체로 촉수를 뻗쳤다. 유럽대륙에서 그 기획은 세계 양차대전으로 발작적 양상을 드러낸다. 그 악마적 근대성이 벌인 전쟁의 냄새를 코밝은 시인들은 진작부터 맡고 있었다. 보들레르와 랭보, 그리고 로트레아몽의 음울한 세계는 양차대전 사이에 격렬하게 부르조아적 근대성에 저항한 초현실주의자들을 몇 십년씩 앞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불행한 천재가 있었다. 서구적 근대 기획의 가장 잔인한,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의 희생물이었던 땅에서 태어난, 당대의 세계 문화적 흐름의 맥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던, 짚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 보아도 전혀 낡지 않은 <텍스트적 실천>을 했던, 26세의 나이에 죽어간...... 젊은, 그러나 너무나 늙은..... 지나치게 일찍 왔던 천재. 다음과 같이 쓸 때, 李箱은 자신의 내적 추구가 단순히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음하는 식민지 국가 전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개는 故鄕 얘기를 하듯 말했다. 개의 얼굴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 東洋 사람도 왔었지. 나는 東洋사람을 좋아했다. 나는 東洋사람을 硏究했다. 나는 東洋 사람의 屍體로부터 마침내 東洋文字의 奧義를 發掘한 것이다...... -같은 시(부분) 보들레르가 악마적 근대성 앞에 똑같이 악마주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미학적 실존을 대치시켰을 때, 그는 텍스트 생산이 인간의 내적 존재가 요구하는 자발적 생의 형식 생산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실천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시가 어떤 종류의 독특한 존재론적 소명, 종교와 철학 사이에 있는 매우 개인적인 영역, 어떤 탈영토적 영토를 영토화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현대시가 <형이상학적 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알프레드 비니나 빅토르 위고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죽음이며, 삶 등, 어떤 형이상학적 주제에 <대해>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시는 소재에 의하여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말하기 방식에 의하여 시가 된다는 의미이다. 보들레르에게 시적 형이상학은 언어 형식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었다. 그는, <말하는 주체>가 영혼의 형식을, 크리스테바 식으로 말하면, <기호계의 배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형식은 영혼의 구조이다." 따라서, 아주 거칠게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근대적 시인이란, 언어가 곧 영혼의 구조라는 것을 이해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李箱은 한국 현대시인들 중에서 <근대적>이라는 형용사가 가장 어울리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날카로운 자의식, 그리고 첨예한 언어 감각, 형식에 대한 근심. 그러나 이상의 근대성은 아주 복합적인 것이었다. 이 글은 그 동안 주지적인 모더니스트로 이해되어 왔던 이 시인이 사실은 다른 의미에서 근대적인 시인이었다는 사실, 그가 창백한 정신의 표면을 유랑하며 권태를 짓씹었던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펄펄끓는 영혼의 아주 깊은 영역까지 모험을 감행했던, 한국 현대시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영적(7)인 시인이었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 (7) 이 용어를 사용하는 연구자의 입장은 대단히 난감하다. 한국 사회에서 그간 <영혼>이라는 말이 너무나 감상주의적으로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영혼>이라는 단어는 세계문화사적 맥락 안에서 시와 떼낼래야 떼낼 수 없는 연관을 가지고 있다. 시는 근본적으로 <정신>이 아니라 <영혼>과 관계를 맺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이 용어를 무릅쓰는 이유는 어떻게든 이 용어로부터 감상주의의 더께를 걷어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내적 추구의 의미를 드러내보이기 위해서이다. 내가 <영적>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종교적>이라는 의미와 일정한 거리를 가진다. 영성은 종교성과 상당 부분 겹쳐져 있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어떤 특정 종교의 도그마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나는 이 단어를 융Jung적인 의미로 사용하려고 한다. 즉, 자아 완결의 열망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 열망은 사실은 李箱의 이름 안에 이미 드러나 있다. <李箱>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와 있다. 그것은 일단은 기호적 반란이다. <李箱>은 理想, 以上, 異常 등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호이다. 그러나 시인 자신은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이 이름을 택했던 것같다. 李箱의 일본인 친구 大隅는 1981년 5월 {문학사상}사가 주최한 대담에서 李箱이 자신의 필명을 어떻게 지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李箱이라는 필명, 그것을 해서로 또박또박 써놓고선, '이 箱子 어때? 자형이 반듯하고 옆으로 퍼진 품이 제법 볼륨이 있어 보이잖어?' 그러더군요." 그 <상자>는 자신의 직업을 건축가로 택한 이 시인의 <구축적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이상은 자신의 이름의 선택으로 이미 자아 구축이라는 근대적 열망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상자는 순수 기호로 사용될 때는 사각형으로 나타난다. " □ 나의 이름." 그러나 李箱은 여성와의 관계 안에서 호명된 자아에게는 역삼각형의 기호를 부여한다. " △은 나의AMOUREUSE이다" " △ 은나의꿈이다" 여성에게 삼각형 기호를 부여하는 것은 조금도 엉뚱하지 않다. 여성 성기의 약호인 삼각형은 고대의 상징전통에서 <아프로디테의 印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2세기의 프랑스 작가 크레티엥 드 트로이의 {페르스발 또는 성배의 탐색}이라는 소설에는 눈 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떨어진 세 방울의 피를 보며 나른한 몽상에 잠기는 페르스발의 모습이 나온다. 이제하의 {劉子少傳}에서도 주인공은 깨끗한 삼각형에 대한 몽상에 빠진다. 李箱은 여성의 대지적 성격을 정삼각형으로 표현하고, 그녀와 짝을 이루어 완결된 자아가 되어야 할 자신의 남성적 자아를 역삼각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두 삼각형이 합쳐 사각형을, 완성된 자아라는 상자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 의하면, 사각형은 자아추구 과정에서 가장 흔히 자아완결성을 의미하는 도형으로 나타난다. ------------------------------------------------------------------------------- 우선 잘 알려져 있는 [明鏡]을 읽어보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도록 하자. 여기 한 페-지 거울이 있으니 잊은 季節에서는 얹은 머리가 瀑布처럼 내리우고 울어도 젖지 않고 맞대고 웃어도 휘지 않고 장미처럼 착착 접힌 귀 들여다 보아도 들여다 보아도 조용한 世上이 맑기만 하고 코로는 疲勞한 香氣가 오지 않는다. 만적만적하는대로 수심이 平行하는 부러 그러는 것같은 拒絶 右편으로 옮겨앉은 心臟일망정 고동이 없으란 법 없으니 설마 그러랴? 어디 觸珍...... 하고 손이 갈 때 指紋이 指紋을 가로막으며 선뜩하는 遮斷뿐이다. 오월이면 하루 한번이고 열번이고 외출하고 싶어하더니 나갔던 길에 안 돌아오는 수도 있는 법 거울이 책장 같으면 한장 넘겨서 맞섰던 계절을 만나련만 여기 있는 한 페-지 거울은 페-지의 그냥 페-지 -[明鏡], 전문 외양, 즉 거울 너머의 세계가 상정되어 있다. 장 콕토에게서 그토록 흥미롭게 나타나는 이 <프시케의 도구>는 언제나 존재의 문턱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인이 이 세계를 <책>에 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세계의 탐색이 글쓰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첫 연의 "잊은 계절에서는/얹은 머리가 폭포처럼 드리우고"라는 표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잊은 계절"은, 내적 자아가 원래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잊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세계가 <水性>의 상징주의를 동반하는 것을 눈여겨보자. 그 세계에서 존재는 원초의 카오스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폭포>가 <머리>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특히 흥미로운데, 李箱의 많은 시에서 <머리카락>과 <수염>은 원시성의 상징으로 소환되고 있다. 시인은 그 세계 앞에 서서 <만적만적> 망설이고 있다. 그 외양 너머의 비육체적 세계("코(8)로는 피로한 향기가 오지 않는다")와 시인은 결국 끝까지 통합되지 못했다(절름발이 두 사람의 십자가는 끊겨겨버린다([BOITEUX. BOITEUSE])). 그는 문턱을 넘어가지 못한다. 여러 차례 나타나는 <평행선>의 이미지는 시인이 그 세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세계를 적극적으로 자아동일성 안에 통합해 넣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맨 마지막 연의 <맞섰던 계절>이라는 표현은 특히 흥미롭다. 그것은, 시인이 이 세계의 <실재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는 확신을 하게 한다. 우리는 이 <맞섰다>는 표현을 성 바오로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에 겹쳐놓아 볼 수 있다(9).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린도전서] 13장 12절 ------------------------------------------------------------------- (8) 李箱의 시에는 여러 차례 <코>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것은 많은 평자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거세 콤플렉스>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꿈꾸는 외양 너머의 세계가 육체성과 관련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후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장 동물적인 -------------------------------------------------------------------------- 감각이다. 이 감각은 특히 가장 지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시각과 적대관계에 놓여 있다. 디오니수스적인 통음난무의 제의적 상상력이 격렬한 심리적 에너지를 가지고 펼쳐지는 시 [哀夜 - 나는 한 매춘부를 생각한다]에는 성적 상징성으로 뭉쳐진 이미지 <말(馬)>을 고약한 거름냄새에 연관시키고 있다. 시 [아침]에 나오는 "영원히 그 코 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에서 "코 없는"은 바로 육체성의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9) 李箱은 기독교 상징주의를 상당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되풀이되는 <크리스트>라는 이름, 천사, 성 피타, 세번 우는 닭 등의 이미지 등을 참조할 것. ------------------------------------------------------------ 그러나 외양 건너편의 세계와의 <맞섬>은 이미 과거시제이며(10), 시인은 지금 그 세계를 <잊고> 있다. 그러나 갈망은 뚜렷하다. 시인은 "오월이면 하루 한번이고/열 번이고 외출하고 싶어[한다]." 그리곤 돌아오지 않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현재>에, <잊은 계절>에, 무지에 처형되어 있다. 시 [거울]에서 이 외양 너머의 세계는 다시 한번 더 다루어진다. 그 보이지 않는 <왼쪽>의 존재를 만나고 싶은 열망은 한결 더 깊다. 이 자아의 분신과의 통합에 대한 열망은 상상적 실험을 통해 실천적 국면에 접어든다. 第1部試驗 手術臺 一         水銀塗抹平面鏡 一         氣壓 二倍의 平均氣壓         溫度 皆無 爲先痲醉된正面으로부터立體와立體를위한立體가具備된全部를平面鏡에映像시킴. 平面鏡에水銀을現在와反對側面에塗抹移轉함. (光線侵入防止에注意하여)徐徐히痲醉를 解毒함. 一軸鉛筆과一張白紙를支給함. (試驗擔任人은被試驗人과抱擁함을絶對忌避할것) 順次手術室로부터被試驗人을解放함. 翌日. 平面鏡의縱軸을通過하여平面鏡을二片에切斷함. 水銀塗抹二回. ETC 아직그滿足한結果를收得치못하였음. 第2部試驗 直立한平面鏡 一         助手 數名 野外의眞空을選擇함. 爲先痲醉된上肢의尖端을鏡面에附着시킴. 平面鏡의水銀을剝落함. 平面鏡을後退시킴. (이때映像된上肢는반드시硝子를無事通過하겠다는것으로假說)上肢의終端까지. 다음水銀塗抹. (現在面에)이 瞬間公轉과自轉으로부터그 眞空을 降車시킴. 完全히二個의上肢를接受하기까지. 翌日. 硝子를前進시킴. 連하여水銀柱를在來面에塗抹함.(上肢의處分)(惑은滅形)其他. 水銀塗抹面의變更과前進後退의重複等. ETC 以下未詳 -[烏瞰圖(11)], 詩第8號 [해부] 이 시는 평면적인 거울의 영상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보고 또 입체를 평면적인 영상으로 귀환시켜보려는 시적 시도이다. 즉,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다는 말이다. 우선 첫번째 실험은 입체(실재)를 2차원 공간 속으로 밀어넣는다. 실험은 실내에서 빛을 차단한 채(내면의 상상적 여행) 이루어진다. 실험은 결국 글쓰기(연필과 백지)의 실험이다. 시인은 완전한 상상적 해결을 위해서 현실적 요소를 철저하게 차단한다(시험담임인은 피시험인을 절대로 포옹하지 말 것). 2배의 기압이란 평면적 영상을 입체적 차원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다음날, 거울을 위에서 아래로 자른다. 즉, 입체의 차원으로 만든다. 실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음번 실험은 <야외>에서 이루어진다. 1번 실험과 반대방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평면경 속에 갇힌 실재를 끄집어낸다. 수은이 떨어져나가고 유리를 통과하는 실재-영상. 수은을 다시 바르고, 이미지는 거울 속으로 돌아간다. 실재 귀환. 그러나 실험은 역시 미완성으로 끝난다. 이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순수한 관념적 해결방식이기 때문이다. 내적 자아는 외적 자아(에고)가 그것을 향해 다가가 실제로 그것과 통합되는 고통을 치러내지 않으면 다른 자아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 (10) 또는 미래시제이다. 시 [선에 대한 각서5]에는 "과거로 달아나서 미래를 보는가"라는 대목이 있다. 이 언급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도르르 말리는 시간>이라는 개념과 연관하여 매우 흥미롭다. 어쨌든,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이 외양 너머의 세계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가정했다는 것이며, 그것이 현재시제가 아니라 과거시제나 미래시제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플라톤 식으로 말하면, 인간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식은 과거에 대한 지식, 즉 레미니상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인식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뒤로 간다. "인간은 미래로 달아나서 과거를 본다.([線에 대한 覺書5]) (11) 기왕에 나와있는 수많은 [오감도]의 해석에 나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허용된다면, 나는 이 명칭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라는 근대적인 명징한 시선의 상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로부터 분리되어 나를 바라보는 나>라는 국면은, 근대적 자아의식에게는 익숙한 국면이다. 요컨대 <대자의식>의 알레고리라는 것이다. 건축가였던 李箱에게 익숙했을 이 단어는 획 하나를 박탈당함으로써 미묘한 뉘앙스를 획득한다. 깃털 하나가 빠져버린 것이다. 날아오르고 싶었던, 그리고 날아오를 수 있었던, 그러나 어떤 비극적인 성실성에 의해서 날개를 반납한 이카루스-까마귀. 그는 바라본다. 너무나 잘 바라본다. 그러나 날아오르지 못한다. "外國語의灌木(...)[과]貨物의方法이와있는椅子(...)句讀처럼고사이에낑기어(...)([位置]). 오감도의 숫자 <13>에 대해서는 우선은 그것이 <까마귀烏>의 <검은색>이 환기시키는 악마성에 기대어 기독교적 의미로 <저주받은 숫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李箱 자신이 내려놓은 해석을 참조하면, 이 숫자의 상징적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나의 방의 시계 별안간 十三을 치다. 그때, 號外의 방울소리 들리다. 나의 脫獄의 記事. (...) 12+1=13 이튿날(卽 그때)부터 나의 시계의 침은 三個였다. ([一九三一年, 十)." 즉, 이 숫자는 시간(12가 기본 수치인)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이다. 그 탈출은 동시에 아버지의 법으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하다. 그것이 <號外>로 보도되는 제도적 사건 밖의 <記事>라는 점을 상기할 것. 그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 아직 오지 않은 때(그때)의 일이다. [환자의 용태에 대한 문제]의 0:1이라는 숫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0 : 아직 없는 자아. 잠재태의 자아. 내일의 자아 1 : 있는 자아. 현실태인 자아. 오늘의 자아. <13인의 아해>는 처음에 <막다른 골목>에서, 아버지의 법의 금기선이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무서움>은 검열의 감정이다. 시인의 자아는 의식적 자아(에고)와 무의식적 자아 사이에 찢겨있다. 무서운 아해: 무의식, 내가 모르는 나. 무서워하는 아해 : 의식, 모르는 나를 검열하는 내가 아는 나.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라는 구절은 이 외적 자아(1차적 자아 : 무서워하는 나)와 내적 자아(2차적 자아 : 무서운 나)의 길항을 섬세하게 두 번 맞물려놓음으로써(1:2//2:1) 자아전체성을 상징하는 사각형의 숫자 기호 4(李箱 시에 나타나는 숫자 4의 상징주의는 따로 논할 필요가 있다)의 상징성을 완결한다. 이 시에 나타나는 <질주>는 李箱 시 전체에 걸쳐서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표현이다. 그것은 심리발달의 절박성을 나타내는 동사적 도식이다. 시의 맨끝 연에서 <막다른 골목>은 <뚫린 골목>으로 바뀌고, 13인의 아해는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다]>고 말해진다. 금기선 을 돌파한 것이다. 이 돌파는 단순히 한 시인의 내적 추구의 의미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식민성을 인지한 자가 세계가 가르쳐준 자아의 <막다른 골목>을 부수고 뚫고 나가려는 열망은 존재론적이며 사회적인 소명을 동시에 실천하는 것이다. 다만, 李箱은 그 양자를 어떻게 동시에 실천해야 할지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아직 분별성과 확정성의 패러다임에 매여 있었던(이것 아니면 저것) 전시대의 지식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일 수 있는 불확정성의 패러다임을 알지 못했다. "不眠症과 睡眠症으로 시달림을 받고 있는 나는 항상 左右의 岐路에 섰다. ([一九三一年, 十]). ------------------------------------------------- 李箱의 에고는 분명히 내적 자아의 존재를 실체적인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아에게 매혹되면서도 끊임없이 물리친다. 그 점은 많은 시들 안에서 확인된다. 몇 편만 읽어보도록 하자. 내 마음의 크기는 한개 卷煙 기러기만하다고 그렇게 보고, 處心은 숫제 성냥을 그어 卷煙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自殺을 勸誘하는도다. 내 마음은 果然 바지작바지작 타들어가고 타는대로 작아가고, 한개 券煙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果然 나는 내 마음의 空洞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音響을 들었더니라. 處心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大門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한 空虛를 試驗하듯이 한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調印이 끝난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左右 못 보는 내 아픈 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 -[無題] 처심? 마음의 자리? 상처입은 마음? 어떤 실연의 경험이었을까? 아마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굳이 [무제]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그건 이 시의 내용이 뭔가 외적 상관물이 명확하지 않은 어떤 심리적 상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다음 시에서 거울 속의 나와 하나가 될 수 없는 자아의 찢겨있는 상황은 더욱 명확하게 묘사된다.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外出中이다. 나는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陰謀를하는中일까. 2 罪를품고식은寢床에서잤다. 確實한내꿈에나는缺席하였고義足을담은군용장화가내꿈의白紙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室內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沈鬱한얼굴로同時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未安한뜻을傳한다. 내가그때문에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囹圄되어있다. 4 내가缺席한나의꿈. 내僞造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無能이라도좋은나의孤獨의渴望者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自殺을勸誘하기로決心하였다. 나는그에게視野도없는 들窓을가리키었다. 그들窓은自殺만을위한들窓이다. 그러나내가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 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不死鳥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心臟의위치를防彈金屬으로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拳銃을發射하였다. 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心臟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遲刻한내꿈에서나는極刑을받았다. 내꿈을支配하는者는내가아니다. 握手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封鎖한巨大한罪가있다. -[烏瞰圖], 詩第15號, 전문 시인은 이 외양 너머의 내면의 자아를 무서워하면서도 <갈망>한다. 그것이 진짜의 자아라고, "위조가 없는" 자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기준으로는 <무능>하며 <고독>할찌라도, 그는 그 자아와 통합되기를 바란다. 그는 그 자아가 관념적인 상상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메퓌스트는나에게있는것도아니고나이다([線에 관한 覺書5])". 그러나 죽기 전에는 그를 만나러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자아는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 꿈에 현존하는 자아를 가지지 못한다. 현실은 꿈에 대해 부재이며, 꿈은 현실에 대해 부재이다. 현존하며 부재하기. 부재하며 현존하기. 이중의 어긋남. 그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없고, 이곳에도 저곳에도 있다. 향수, 부재에 대한 그리움으로서의 삶. 아아, 죽음의 숲이 그립다...... 개는 안팍을 번갈아가며 뒤채어 보채고 있다. 오렌지빛 구름에 노스탈쟈를 呼訴하고 있다. -[황3], 부분 시인이 그토록 꿈의 자아를 살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상징적 아버지의 억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억압은 우선은, 유교사회에서 맏아들이 느껴야 했던 <가문>과 <혈연>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직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가족에게 느끼는 심적부담을 묘사한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시인 자신의 아버지라기보다는 시대이며, 지배자들의 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제의 군국주의였을 것이다. 그는 몇 군데에서 아버지의 법을 <군용장화>라고 표현한다. 내면의 순결한 존재를 찍어누르는 강력한 팔루스. 가짜 아버지. <의족>. 시인이 느끼는 억압은 자신의 갈망을 <죄>라고 느끼게 만들며, 내적 존재를 당당히 소환하지 못하고, <몰래>, 아버지의 법 바깥에서 만나러 가게 만든다. 죄를 저지르는 자의 실존은 춥다. 있어야 할 곳에, 존재의 안에, 집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체제적인 삶, 오른쪽의 현실적 자아와 비체제적인 삶, 왼쪽의 삶은 언제나 길항한다. 李箱은 그 사이에서 일생을 헤매었던 것 같다. 바른손에菓子封紙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菓子封紙를찾으려지금막온길을五里나되돌아갔다 (...) 나의內面과外面과 이件의系統들인모든中間들은지독히춥다 左 右 이兩側의손들이상대방의의리를저바리고두번다시握手하는일은없이困難한勞動만이가로놓여있는이이整頓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獨立을고집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孤獨하다고하느냐 이軍雄割據를보라 이戰爭을보라 나는그들의軋轢의發熱한복판에서昏睡한다 심심한세월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屍體도蒸發한다음의고요한月夜를나는想像한다 天眞한촌락의畜犬들아짖지말게나 내體溫은適當스럽거니와 希望은甘味로웁다 -[空腹], 부분 <空腹>은 아마도 시인의 실제적인 가난을 말하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로 시인은 과자를 사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아내에게 비난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현실적 (오른쪽)상황은 아주 빨리 존재하지 않는 <왼손에 쥐어져 있는 과자 봉지>를 찾는 상황으로 바뀐다. 그리고 시인의 내면에 들끓는 무수한 타자들. 순결한 짐승들. 시인은 자조적으로 묻는다. 그런데 누가 날 보고 고독하다 하느냐. 내면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전쟁. 끊임없는 알력. 왼손은 왼손대로 제 길을 가겠다 하고, 오른 손은 오른손대로 제 길을 가겠다고 한다. 현실은 비루한데, 꿈은 또 꿈대로 막강하다. 前後左右를除하는唯一의痕迹에있어서 翼殷不逝 目不大覩 반矮小形의神의眼前에我前落傷한故事를有함. 臟腑라는것은浸水된畜舍와區別될수있을는가. -[詩第五號]([二十二歲]), 전문 첫행의 <前後左右를除하는唯一의痕迹>은, 이 시가 모든 조건을 사상시켜버린 절대격의 자아 추구와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 자아에 관해서, 시인은 장자 山木편의 翼殷不逝 目大不睹(날개가 커도 날지 못하고 눈이 커도 보지 못하니)를 패로디하여 "날개는 커도 날지 못하고, 눈은 크게 보지 못하니"라고 말한다. 내면에서 커다란 자아는 치솟아오르지만, 에고는 그 자아의 현상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 장자의 화자는 눈이 커도 보지 못하지만, 李箱의 화자는 아예 볼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낯선 열망은 치받쳐오른다. 그 낯선 자아의 치받침은 아마도 우선은 에로틱한 충동과 연관이 있는듯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시인이 그 내적 충동을 다스리지도 못하며, 그것의 정체를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끓는 본능적 충동을 <축사>라고 부르며 저주한다.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킨 이 이상한 도형은 바로 왼쪽 자아는 왼쪽의 길로만, 그리고 오른쪽 자아는 또 오른쪽 길로만 따라가는, 통합되지 않은 두 자아의 길항을 표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가 이 시를 썼던 22세라는 나이의 겹쳐진 2의 상징주의가 그 두 자아의 길항을 표현하기에 마침 잘 어울렸던 것은 아닐까? 시인은 그렇게 존재의 균열 안에 처형되어 있다. 그는 오도가도 못하고 자기 문패가 붙어있는 집 앞에서 서성인다. 그는 존재에 의하여 존재로부터 소외되어 버린 것이다. 내면의 자아, 어두운 밤의 자아는 자기를 인지하라고 다그치지만, 시인은 그를 인지할 방법을 모른다. 즉, 그 어두운 자아, 까마귀와 함께 살 줄을, 생활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웃을 줄 아는데, 그런데 내 얼굴엔 해골처럼 근육이 없다("웃을수있는시간을가진標本頭蓋骨에筋肉이없다([정식III])). 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滅해간다. 食口야封한窓戶어데라도내가 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鍼처럼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壽命을헐어서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家庭], 전문 많은 평자들은 [家庭]이라는 이 시의 제목을 현실적 의미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의 시들은 순수한 의미에서 1차적 현실적 참조사항에 머무는 적이 거의 없다. 특히 <가족>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들은 거의 모두 자아의 내적 의미로 이중화되어 있다. 이 시에서도 <가정>은 현실적인 집이 아니라, <존재의 집>이다. 그 내면의 집은 지금 시인을 들여놓아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인은 자신의 안에 어떤 다른 존재가 숨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내면의 집에는 <생활이 모자란다>, 즉 생의 형식으로 육화시킬 수가 없다. 그 자아는 아직까지는 관념적 자아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지금 집 <밖>에 있다. 존재론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말이다. 밤, 시인의 어두운 자질(<月光>이 묻은 夜想的인 집. <월광>은 李箱 시에서 아주 중요한 모티프를 구성하고 있다)은 계속 자기를 인지하라고 다그친다. 시인은 아프다. 충분히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뭔지도 모르겠는데 계속 떠다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힘에겨운도장을찍는다>는 것은, 그 아픈 자아, 소외된 자아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아버지의 상징적 억압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것 같다. 도장이 공적으로 자아정체성을 증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은 안에서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닫혀 있다. 말을 바꾸면, 시인의 내적 자아가 시인의 외적 자아를 쫓아낸 것이 아니라, 시인의 외적 자아가 문고리를 잠고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버팅기는 요나의 태도는 다음 시를 읽어보면 명확해진다.    너는누구냐그러나門밖에와서문을두다리며門을열라고외치니나를찾는一心이아니고또내가너를도무지모른다고한들나는차마그대로내어버려둘수는없어서門을열어주려하나門은안으로만고리가걸린것이아니라밖으로도너는모르    게잠겨있으니안에서만열어주면무엇을하느냐너는누구기에구태여닫힌문앞에서誕生하였느냐 -[正式IV], 전문 문은 안에서만 닫힌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닫혀 있다. 오론쪽 자아는 적극적으로 자아를 해체하고 왼쪽 자아를 인지하여 다른 자아로 태어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