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10(화) 21:56 (MSIE5.0,Windows98) 211.55.55.179 1024x768 [김정란], 李箱 시 다시 읽기(2)   몽환적 실존 - 李箱 시 다시 읽기(2)                                                                             김  정  란 2. 쫓겨난 여자 李箱이 그토록 내면의 자아와 화합하지 못했던 것은, 이 내면의 자아의 발견이 관념의 영역을 떠나 실존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여성과의 관계로 구체화되기 때문이었던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도 육체적 에로스의 경사를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는 여성에게 매혹되면서도 물리친다. 여성적 존재인 내면의 아니마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외적인 여성에게 매혹되는 것과, 자신의 내면의 여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일치시킬 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 육체와 정신은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 양자를 합일시킨다는 것, 육체적 에로스와 내면의 여성을 함께 인지하는 것은, 당시의 지식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면의 여성적 자질은 아버지의 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 점잖은 유교 문화의 잣대로 보면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는 외면의 여성과도 화해하지 못하고, 계속 겉돈다. 계집을 신용치않는 나를 계집은 절대로 신용하지 않는다 -[보통기념] 그는 자신의 에로스를 <음란한> <병신>이라고 저주한다. 나는홀로규방에病身을기른다 -[破帖] 천박한 계집의 자질. 그 계집의 자질은 수천 년 묵은 것, 고대적인 것이다. 질척거리는 뒷골목같은, 습한, 바닷물처럼 짜디짠...... (...) 꿈-꿈-꿈을짓밟는허망한勞役-이世紀의困憊와殺氣가바둑판처럼널리깔렸다. 먹어야사는입술이악의로구긴진창위에서슬며시食事흉내를낸다. 아들-여러아들-老婆의결혼을걷어차는여러아들들의육중한구두-구두바닥의징이다.(...) 太古의湖水바탕이던地積이짜다. 幕을버틴기둥이濕해들어온다. 구름이近境에오지않고娛樂없는空氣속에서가끔扁桃腺들을앓는다. 貨幣의스캔달-발처럼생긴손이염치없이老婆의痛苦하는손을잡는다.(...) 그러나여기있는것들은뜨뜻해지면서한꺼번에들떠든다. 尨大한房은속으로곪아서壁紙가가렵다. 쓰레기가막붙는다. -[街外街傳], 부분 이 시는 어떤 빈민가(좀더 구체적으로 사창가인 것 같기도 하다)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 첫부분에서 구체적 정황을 드러내던 시는 점차로 몽환적인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아들들: 구둣발(페니스)-남성적 힘/자본)에 짓밟히는 <노파>의 방은 점점더 부풀어 심리적 발효의 국면에 접어든다. 발효의 상징주의를 동반하는 <노파의 결혼>의 주제는 연금술의 <발효>의 국면에 정확히 겹쳐진다. 이것은, 분석심리학적 입장에서 말하면, 개체화 과정에 들어간 에고가 자신의 세계적 퍼소나를 포기하면서 겪게 되는, 강렬한 심리적 혼란을 동반하는 첫번째 시련의 단계이다. 李箱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이 국면에 해당하는 상징주의를 여러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노파>와 결혼 한 것은 바로 李箱 자신의 내면적 자아인 것이다. 그녀가 노파인 이유는 자명하다. 그녀는 너무나 오래된, 고대적 가치를 상징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태양에 의하여 존재의 이면으로 쫓겨난 어머니-달의 여자 신관이다. 달의 여신을 섬기던 남자 신관들은 <노파의 아들들>이라고 불린다. 李箱의 발달한 내면은, 자기도 모르게 이 인류학 전통에 합류한다(12). 그러자, 세계 안에서 아버지의 법에 의하여 구분해 놓았던 모든 가치들이 원초의 물(바닷물. <소금>의 이미지는 李箱 작품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거의 언제나 시적 화자의 강렬한 매혹과 혐오감을 동시에 전달한다)의 습격을 받는다. 그리고 존재의 방, <방대한 방>, 개인적 차원을 떠나 種의 차원에 합류한 인류학적인 방이 안으로 썩기 시작한다. 이제, 길고 긴 존재의 회저(니그레도)의 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아버지의 법에 의하여 억압되었던 모든 타자들이 밀고 들어온다. 존재는 쓰레기통 꼴이 된다. 이 억압된 타자들의 부활은, 특히 李箱이 <매음>의 경험을 묘사하는 시들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것은 짐작할 수 있다시피, <매음녀>의 존재가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억압된 밤의 자질을 풀어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시 [哀夜-나는 한 賣春婦를 생각한다]에는 성적 상징주의로 범벅이 된 기괴한 이미지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양쪽 뺨이 심하게 짝짝이인(불균형함은 추악함의 속성이다) 이 여성을 시인은 혐오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아름답게 묘사한다. (...) 이 여자는 이 형편없는 非衛生 때문에 금방 병에 걸려 소처럼 쓰러지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여자의 얼굴은 한결 더 훤하다. 脂粉은 高貴한 織物처럼 찬란한 光芒조차 發했다. 향기 풍부하게-(...) 말-말이다. 쌍말이다. 땀에 젖은 瘡痍투성이의 쌍말임에 틀림없다.(...) 밟혀 죽을 게 아닌가. 튼튼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뼈(13)가 있다. 뼈는 여자를 魅惑할 것이다. 消毒箸를 집어서 새까만 우엉을 하나 집어본다. 역靑에 담갔던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달아 보인다. 입은 그것을 기다린다. 무섭게 짜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여자가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맞이할 수가 없다. 나의 얼굴 전체가 짜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나는 答辯하기가 거북하지 않을 수 없다. 술이 없느냐고 말했다. 여자는 사람을 흔들어깨듯이 술병을 흔들어보였다. 있다. 나는 한 모금 마셨다. 고추장이 먹고 싶다. 故鄕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자 여자의 白痴 비슷한 표정마저도 꿈같이 그리웁게 보인다. 여자는 幻想 속에서 故鄕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말한테서는 垈土와 거름냄새가 났다. -[哀夜-나는 한 賣春婦를 생각한다], 부분 ---------------------------------------------------------------------- (12) 빼어난 예술가들의 작품을 공시적 맥락 안에 가두어 병리학적으로 해석하는 모든 정신분석학적 기도들이 결과적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모든 빼어난 작품은, 자기도 모르게 種의 통시적 운명에 관여한다. 프로이트의 가설에서 출발한 모든 작품 해석은 텍스트의 발생론적 맥락밖에 따라가지 못한다. 빼어난 텍스트는 어느 지점에서 그 맥락을 뛰어넘는다. (13) 李箱의 <뼈>는 여성적인 <살>의 부패하는 특질 맞은편에 놓여 있는, 썩지 않는 금욕적 육체이다. 李箱은 여러 차례에 걸쳐 <骨片>, <해골> 등의 이미지들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전혀 육체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반(反)-육체이다("피는 뼈에는 스며들지 않으니까 뼈는 언제까지나 희고 체온이 없다([遺稿1])"). 그것은 종종 식물의 상징주의를 동반하는데, 다음 시에서 李箱의 뼈의 반육체성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신통하게도血紅으로染色되지아니하고하이얀대로 뼁끼를칠한사과를톱으로쪼갠즉속살은하이얀대로 하느님도역시뼁끼칠한細工品을좋아하시지-사과가아무리빨갛더라도속살은亦是하이얀대로. 하느님은이걸가지고인간을살짝속이겠다고. 黑竹을寫眞撮影해서原板을햇볕에비쳐보구료-骨格과같다. 頭蓋骨은石榴같고아니石榴의陰畵가頭蓋骨같다(?)(....) 그렇담손톱두骨片이게요? 난人間만은植物이라고생각커든요. -[骨片에關한無題], 전문 그러나 거의 말년에 쓴 것으로 보이는 시에서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육체성과 순연히 화해한 것으로 보인다. 男子의 수염이 刺繡처럼 아름답다 얼굴이 수염 투성이가 되었을 때 毛根은 뼈에까지 다달아 있었다. -[作品 第三番] ----------------------------------------------------------- <매춘부>는 시적 화자에게 <우엉(어두운 육체적 욕망의 응결체. 다른 곳에서는 <초콜레이트>로 나온다. 달면서 동시에 쓰다는 점을 특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엉이 어두운 지하의 뿌리식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과 문어 요리(바다가 상징하는 원시성)와 두병의 술(바쿠스적 도취)을 내어놓는다. "술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이 명백하다"고 생각하며 술을 거절하던 시인은, <비위생>적인 여인에게 저항하듯이 <소독저>로 우엉을 집어먹는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여자를 받아들인다. 마지막 대목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그 상징적 행동이다. 그러자, 그녀는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 어머니. 탈영토화되었던 어머니의 몸. 이 추악하며 아름다운 여인, "驚異와神秘와不安([LE URINE)"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피부는새까만마리아", 바다의 여인은, 자동기술법으로 쓰여진 두 편의 시 [狂女의 고백]과 [興行物天使]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묘사된다. 폭발적인 원시적 통음난무의 상상력에 의해 바빌론의 탕녀처럼 그려져 있는 이 여인은, 시인이 어떤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재하는 여성은 아니다. 그녀는, <성명도>, <피부에 있는(...) 때>도 없는, "온도를갖지아니하는",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차가운 순수 환상, 홀로 달리는 "푸른불꽃탄환", "참 서늘한풍경", 탈인간적인 시인의 무시무시한 내면의 여자이다. 이 두 편의 시에서 이 여인은 모두 바다와 밤, 그리고 원시적 다수성과 함께 그려져 있다. 시인의 창백한 퍼소나 깊은 곳에는 이렇게 소용돌이치는 원시의 용광로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따금 내면은 폭발한다. 李箱은 그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蒼白한여자 얼굴은여자의履歷書이다. 여자의입(口)은작기때문에여자는溺死하지아니하면아니되지만여자는물과같이때때로미쳐서騷亂해지는수가있다. 온갖밝음의태양들아래여자는참으로맑은물과같이떠돌고있었는데참으로고요하고매끄러운表面은조약돌을삼켰는지항상소용돌이를갖는褪色한純白色이다. -[狂女의 告白], 부분 그러나 시인 李箱의 내면에서 떠도는 이 여자, "할머니(-달)의 下問"으로 일상의 <폐허에 遞信>([破帖])을 전하는 이 여자는 유교사회의 한 가문의 맏아들 김해경의 자아에 통합되지 못하고 쫓겨난다. 그는 속임수로 밖에는 그녀를 인지하지 못한다. "(色이여保護色이거라)" 내면에 숨겨져 있다가 돌아온 여자는 갈 곳이 없다. 이 내 몸은 돌아온 길손, 갈래야 갈 곳이 없어요. -같은 시 왜냐하면, 시인이 그녀를 내쫓았기 때문이다. "발견의 기쁨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빨리 발견의 두려움으로 하여 슬픔으로 바뀌었는가([황])." 시인은 너무나 두려워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건다. 優雅한女賊이 내뒤를밟는다고 相像하라 내門빗장을 내가 지르는 소리 -[破帖], 부분 여자는 낙태한다. 여자는마침내낙태한것이다. 트렁크속에는千갈래萬갈래로찢어진Poudre Vertueuse가복제된것과함께가득채워져있다. 死胎도 있다. 내면의 여자의 자궁을 상징하는 <트렁크> 속에는 날지 못하고 죽은 새의 시체가 들어있다. 李箱의 상자는 그렇게 텅 비어 버린다. 그의 <안해(14)>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쫓겨난 것이다. 그가 그녀와 함께 살 줄을, 그녀를 내면에서 껴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에는 살이 떨어져나간 <하이얀 천사>, 여성적 살이 모두 발겨져나간 창백하고 깨끗한 금욕적 <해골>(15)이 매달려 있다. 그는 결국 실체적 내면의 두께("口腔의 색채를 알지 못한다-새빨간 사과의 빛깔을(작품제3번)") 을 뚫지 못하고, <겉만 빨간 사과>만 먹으며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음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말았다("길고 가느다란 무게가 내 눈구멍에 넘쳐왔는데 나는 그림자와 서로 껴안는 나의 몸뚱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알맹이까지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는둥([각혈의 아침])). 몸이 그를 죽인 걸까, 아니면 마음이 그를 죽인 걸까. 나의 마음이 죽었다고 느끼자 나의 육체는 움직일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月原橙一郞], 부분 李箱의 여자는 결국 죽은 여자, 환상, <장난감 신부>, Toy bride였을 뿐이다. 李箱과 내면의 여자는 오렌지(태양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역시 중심의 상징)를 나누어 먹지 못하고 따로따로 먹는다([I wed a toy bride]). 그들은 십자로 만나지 못하고, <평행선>을 따라 "모른체[하며]" 절룩이며 걸어간다. 시인은 아버지의 법의 감시 때문에, 자신의 몸에서 멋대로 가지를 뻗는 다른 몸의 실존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그 상상적 팔들을 면도칼로 잘라내고, 현실적 자아만을 붙잡고 늘어진다("나는 황을 꾸짖었다 주인의 苦悶相을 생각하는 한 마리 畜生의 인정보다도 차라리 이 경우 나는 社會一般의 禮節을 중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황])) 그는 커다란 내면의 자아(Soi)와 왜소한 일상의 자아(ego)를 통합시키지 못하고 죽어간다. 먼 사람이 그대로 커다랗다 아니 가까운 사람이 그대로 자그마하다 아니 어느 쪽도 아니다 나는 그 어느 누구와도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들의 어느 하나도 나를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 어느 쪽도 아니다(레일을 타면 電車는 어디라도 갈 수 있다) -[각혈의 아침], 부분 그러나 이 글에서 자세히 분석할 수 없어서 매우 유감스러운 [운동], [화로], [황1,2,3], [황의 記 作品 第二號 1,2,3,4] 등에서 내면 추구는 <어머니>에 기대어 눈부시게 성공하기도 한다. 그 시들의 분석은 다른 지면으로 미루자.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난해하다고 알려져 있는 李箱의 작품들은 그 안에 완벽한 기호 해독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다. 그의 추구가 그가 살아 있었던 당대의 한국사회에서 이해받기는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문학은 지금까지도 리얼리즘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한국 문학은 근대성을 향해 힘들게 발걸음을 옮겨놓았다가, 또다시 전근대로 되돌아간다. 그 이유를 해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더니즘>을 우리 문학 안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순수 문학이 상업주의 앞에 기꺼이 투항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문학 상황 안에서 본질적으로 문학주의적인 모더니즘이 설 자리는 참으로 협소해 보인다. 그런 형편이므로, 1930년대의 한국문단에게 李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후세들이 그를 여전히 몰이해 속에 내팽개쳐둔다면, 그것은 분명히 후세의 잘못이다. 그를 다시 꼼꼼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죽음의 새들을, 까마귀들을 집어넣은 그의 영혼의 상자 안에서 눈부신 생명의 새들을 끄집어내어야 한다. 그의 해골에 살을 붙여주고, 뼁끼칠한 하얀 십자가를 나뭇잎 무성한 살아있는 나무로 만들고, 그의 토이 브라이드를 살아있는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존재의 <오감도>가 아니라, <조감도>를 그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세계와 함께 보아야 한다. ------------------------------------------------------------------- (14) 이 말을 <안의 해>라고 보는 해석은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李箱에게 이 현실의 어떤 여자는 단지 현실의 <아내>일뿐만 아니라, 내면적 존재의 심리적 투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해>는 전통적으로 자아중심의 상징으로 동원된다. 실제로 李箱 작품 곳곳에서 우리는 <중심>(융심리학의 Soi)의 상징주의를 동반하는 <해>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했을 때, [오감도]의 <아해>도 결국 자아중심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는 많은 문명권에서 가장 전형적인 이상적 <자아>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연장선 위에 서있는 라캉이나 크리스테바의 정신분석 기호학의 개념에 따르면, <아이>는 결국 전외디푸스 단계의,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되기 이전의 행복한 자아에 대한 통일성을 확보하고 있었던, 前주체의 기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비주의적인 우주적 자아를 추구하고 있는 [線에 관한 覺書5]는 "童心이여, 童心이여, 충족될수야없는永遠의童心이여"라는 구절로 끝난다. (15) 이 <해골>의 이미지는 여러 차례에 걸쳐 <크리스트>의 십자가로 바뀐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한결같이 <하얀 뼁키칠>이 되어 있다. 그것은 가장 추상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자아중심의 상징이다. 상징적 전통에서도 십자가는 아주 자주 나타나는 자아중심의 상징이다. 李箱이 크리스트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흔적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난다. 그는 그를 쫓아다니며 놓아주지 않는 내면의 끈질긴 타자("꿈은 여봐라고 나를 혹사하였다([황])"를 <크리스트에 酷似한 別身>이라고 부른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