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리 바람소리
1995년
세계사

마음의 지도                      ―물왕 저수지에서                                          이 향 지 물풀 틈 피라미의 잠 설렁줄을 흔들며 내용 없는 쓰레기들이 일어서는 밤이면 오월의 산빛으로 둘레 짓는 네 마음의 지도 자정(子正)의 덧문을 열어 두마 네 마음의 지도에는 바다에도 없는 연두 도릿재 칡순을 자르는 갑각류들의 질주 안말 삼거리에 배수진을 친, 그러나 비어 있는 버스정류장 바다로 가는 쾌속의 바람을 도리질한다 볕 좋은 일요일을 낚으러 나온 사람들 덩달아 낚싯대를 휘둘러보는 사람들 떠난 곳으로 돌아갈 밖에 여밀 곳 없는 사람들 나의 바늘은 곧았는가 미늘은 없었는가 나는 누적된 속물이므로 담긴 물을 앞에 하면 느슨해진다 나는 편견의 배를 기다리는 트인 항구가 아니다 속물의 지도는 매립으론 완성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