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23(월) 14:31 (MSIE5.0,Windows98) 211.218.201.234 1024x768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시, <부러진 나뭇가지의 삐걱소리>   부러진 나뭇가지의 삐걱 소리          (세번째 원고)                                     헤르만 헤세                             김재혁 옮김 툭 부러진 나뭇가지, 벌써 여러 해 동안 그대로 매달려, 바람 불면 삐걱대며 메마른 노래를 부른다, 잎사귀도 다 떨어지고, 껍질도 없이, 벌거벗고 창백한 모습, 기나긴 인생길에, 기나긴 죽음의 길에 이젠 피곤한가 보다. 그래도 단단하고 끈질기게 울리는 그의 노랫소리, 버팅기는 소리, 하지만 남몰래 두려운 소리, 여름 한 철 만 더, 겨울 한 철 만 더.   만개한 봄날.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시를 읽는다. 조락을 앞 둔 나뭇잎의 떨림. 그러나 얼마나 담담한 어조인가. 헤세는 이 시를 이렇게 고친 다음날 사망했다. 이 시는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되었다. 번역하신 분은 고려대 독문과 김재혁 교수님이시다. 김재혁 교수님은 시인이기도 하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헤세의 이시를 읽고 있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다듬다 간 시인의 모습이 크게 다가온다. 봄 뒤에는 여름, 여름 뒤에는 가을, 가을 뒤에는 겨울이다. 내게도 그런 끝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끝을 준비하며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