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6/4(월) 14:39 (MSIE5.0,Windows98) 211.192.230.39 1024x768 [랭보], 감각   감각  랭보 여름 날 푸른 저녁, 나는 들길을 가리라, 밀 이삭에 찔리며, 잔풀을 밟으려. 몽상가, 나는 그 신선함을 내 발로 느끼리라. 바람이 내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나는 말하지 않으리라, 아무 생각도 않으리라. 그러나 무한한 사랑이 내 마음 속에 차오르고, 나는 멀리, 아주 멀리 가리라, 보헤미안처럼, 자연 속으로, - 여인과 함께인듯 행복하게.                          1870년 3월   ------------------------------------------------------------------- 갈 수 없을 때, 지금 당장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은 쌓이게 마련이다. 이럴 때 몽상은 빛을 발한다. 몽상 속에서 지금 당장 걸어들어갈 수 없는 자연, 그것으로 상징될만한 어떤 육체를 만나고, 그것 안에서 맨발, 맨머리로 걸으며 겪는 감각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누려본다. 몽상은 이처럼, 불가능한 것들을 손쉽게 성취 시켜준다.   제도, 관습, 타인의 시선,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게도 해준다. 낯선 곳을 찾아든 떠돌이처럼...... 나 지금 그가 걷고 싶어했던 그 길들을 걸어 들어간다.   이미, 그렇게 걸어보았기에, 몽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듯 재 창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경험한 세계이기에, 그런 자연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무수한 감각들을 이렇듯 생생히 꿈꾸고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1870년 3월이면,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이다. 사람도 시도,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랭보의 이 시는 해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자연처럼 우리 곁에, 내 안에 이어 이어 자라고 익는 밀이삭처럼 문득문득 펼쳐지고 자리잡는다. 초여름 문턱에서, 그가 다시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맨발 맨머리의 개차반이..들판과 밀밭을 깨우며 바람을 거슬르며... 그는 들어오면서 나의 자연을 느끼고 나는 받아들이면서 사랑의 이름으로 그의 자연을 느낀다. 이 들판과 밀밭의 끝을 느낄 때까지, 초저녁의 끝을 느낄 때까지, 나여 밀밭이여 그들 안을 누비고 다니는 감각이여 밟히는 고통과 환희여 부디 눈뜨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