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향지의 산 밖의 시, 시 밖의 산

괄호 속의 귀뚜라미/1992년/현대세계

굴레씌워지는 삶을 거부한 이향지 시인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하나는 삶의 일상성에 매인 움직임이며, 다른 하나는 소위 해체시에 관계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남한강변에서 티벳 근방의 막고굴까지 떠도는 마음의 편력이 있다. 이 세 갈래의 큰 흐름은 시인의 시력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면서 이른바 그동안의 우리 시의 흐름에 닿아 있는 것임을 알게 한다.

洪申善(시인)의 해설 중에서

구절리 바람소리/1995년/세계사

이제 곧 사라져갈 그것들은 시인의 마음에 가장 강력한 호소력을 행사한다. 〈이내 썩어질 것들〉이 발산하는 〈사람을 호리는 금빛〉에 반해서, 시인은 부서지는 것들을 다시 성찰하기 사작한다. 그 매혹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갈나무의 떨어진 잎은 조망대에 휘감긴 갈기갈기 찢긴 비닐의 몸 위에 겹쳐지고, 시인은 그것들을 조락을 거부하는 눈부신 힘으로 바꾸어 읽는다.

김정란(시인)의 해설 중에서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2001년/나남출판

이향지 시인의 산시집은 아름다운 그만큼 고통스러운 시집이다. 이 100편이 훨씬 넘는 시편들은 한결같이 이 땅의 한 육체가 이 땅의 자연과 부딪치고 교섭해 온 역사의 실록이다. 이것은 시로 그린 조국산하의 혈맥도이며, 낯선 열기로 뜨거워진 몸이 물과 흙과 바람으로 연주한 고통과 환희의 노래이다.

황현산(문학평론가)의 발문 중에서

내 눈앞의 전선/2003년/천년의 시작

이향지, 그녀의 시는 갈수록 더 싱싱해지고 젊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젊은 시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시인들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인생을 관조하거나 자연과 합일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미 굳어버린 자신만의 틀 혹은 이미지에 갇혀 있는 형편이지만, 그녀의 시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예리한 칼날을 번득거린다.

문혜원(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